홍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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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 5년차 첫 회고록

창업 2년과 M&A, VC 2년과 IPO를 얕게 경험한 뒤 내린 14가지 생각 1. 자본은 흐른다 자본은 유속에 차이가 있더라도 결국 흐른다. 특정 지점에서 경화가 발생하더라도 한편에서는 분명 흐른다. 어느 기관은 펀드를 결성하고 어느 법인은 투자를 유치한다. 조폐는 이루어지고 채권은 발행되며 누군가는 결국 소비를 한다.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은 흐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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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우붓에서 요가를 수행하며

처음으로 맞이하는 더운 연말이다. 따뜻한 크리스마스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이번 여행은 명절을 염두하지 않다보니 그렇게 의미있지는 않다. 떠나야만 했었다. 여러 맥락이 쉽사리 수렴되지 않고 그저 병존하여 산재하던 일상에서 닻이 약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닻이란 생에 대한 이해이다. 필연적 죽음을 인지하고 현존에 최선을 다하며 삶을 영위하는 매 순간에 대한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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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를 졸업하며

등록학기 10학기, 일반휴학 3학기를 가까스로 마치고 드디어 문학사의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지지부진한 시간이었고 내세우기 애매한 학점이지만 이는 제가 저의 학문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님을, 저와 조금이라도 교류했던 분들이라면 모두 알고있을텝니다. 아쉽습니다. 소속이나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서 으레 마주하는 회한 같은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 섞인 두려움도, 지난 과정을 돌아보며 느끼는 덧없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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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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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들

남겨두고 싶은 나의 문단들 191010 그리스 비극은 단순히 통렬한 비참함을 담은 문학이 아니다. 인간을 탐구하며 그 시대정신에 따라 치열하게 서사시를 재해석하려던 노력의 결실이고, 종교적 윤리적 문제의 근간을 다루고 있으며, 고대에 쓰여져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인간 본질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고전이고, 서사문학적 서정문학적 공연예술적 성취를 최고로 끌어올린 종합예술이다. ⠀ 비극을 이끌어가는 주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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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 여정의 끝

0.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한없이 무용한 질문에 골몰해온 인간 역사는 유구하다. 결국 부패할 육체의 운명에 갇힌 채 절대적으로 선형적인 시간을 살아야 하니까. 심지어 그 짧고 유약한 생애 하에서도 인간은 늘 압도적인 자연력을 마주하며 죽음을 고민해야했다. 단절된 공간이 부여하는 시간의 특수성 하에 죽음을 가장 가까이 마주하는 마의 산에서는 이러한 본질적인 고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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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6

5분내외단위로 맞추어둔 알람을 네번째듣고서야 겨우털고일어나 얕은 쪽잠들에 가시지않는 찜찜한피로감을느끼며 뜨거운물에몸을적셨다 나선지 얼마되지않아 강추위에 부르튼 입술을 진정시키고자 챙겨다니던 보습제를 두꺼운겨울외투 주머니 어디에두었는지헷갈려 연거푸 뒤적거리면서 머릿속으로는 오늘 처리해야할일을 생각했다. 처리해야할일에 대비하여 여덟시간은분명 충분하고도남을정도였지만 무수한방해속에서 마음에들지않는수준으로 일과를마치고 저녁약속장소로 발을옮겼다 오늘은 인생을 얼마 살지도못했으면서 자신의삶은 비대하게 사랑하는 여럿이서 인생을논하는자리였다 기울어지는술잔과 흘러가는대화에 나의진동수를맞추는것은 원래도 어렵지않은일이거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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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VC

0 사고의 시작은 가장 친한 친구 사이의 편지였다. '현대, 탈근대 뭐라고 부르던 지금 시대의 사람들은 진리라는 허상을 좇지 않아. 현실을 살아가기 바쁘지. 고대에는 이데아라고 불렸고, 중세에는 신이라고 불렸고, 근대에는 이성이라고 불렸던 그 진리. 지금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더 이상 주인을 찾지 못한 대진리의 자리는 공중분해 되어가고 있어. 개별 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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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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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쓴 편지

하현아 안녕 여기는 나미비아 스와코프문트라는 지역이야. 날짜는 2월 9일, 한국은 지금 오전 7시겠구나. 이번 여행에서도 일기나 감정들을 기록하려고 지난 시베리아 횡단열차 때 챙겼던 노트를 또 가져왔어. 물론 노트가 캐리어에서 너무 고생해서 그런지 쭈굴쭈굴해지고 난리 났지만... 그래서 감성 있으니까! 지금은 총 20일 여행 중에서 10일 - 11일 차 넘어가는, 딱 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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